자유롭고 낭만적인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도 번아웃은 찾아온다. 일과 여행을 병행하면서도 정신적 피로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디지털 노마드들이 겪은 번아웃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일상 속에서 '쉼'을 만들어내고 유지할 수 있는지를 3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본다.
번아웃은 자유로운 삶에도 찾아온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설렌다. 노트북 하나만 들고 바닷가, 숲속, 산 중턱에서 일하는 삶. 하지만 이 낭만적인 이미지 뒤에는 '일과 쉼의 경계가 흐려지는' 문제가 숨어 있다.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에서는 '자유로워서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실제로, 미국 출신의 UX 디자이너는 발리에서 6개월간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던 중 극심한 번아웃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매일 해변에서 일하며 자유를 만끽했지만, 점점 "이게 일인지 여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불면증과 무기력감에 시달렸다. 아무도 출퇴근을 강요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한정 일하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고 말한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의 자유가 오히려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회의와 업무는 시간대를 넘나들고, 특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 책임감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온다. 누구도 통제하지 않기에 스스로를 통제해야 하는 고된 삶이다.
회복을 위한 루틴 만들기, 실제 노마드들의 전략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일과 쉼의 분리'를 의식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 핵심은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프리랜서 작가는 멕시코시티에서 1년 넘게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하면서 매일 아침 같은 카페에 가서 일하고, 오후 4시 이후에는 노트북을 닫는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칙이 없으면 어느 순간 하루 종일 일하게 된다"며, 루틴이 '심리적인 울타리' 역할을 해준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례로, 한국 출신 개발자는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은 쉬는 공간'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일은 반드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만 한다고 정했다. 이러한 공간의 구분이 자신에게 쉼을 허락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이 모두 루틴을 너무 빡빡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연한 루틴, 즉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가령 오전 루틴은 고정하되, 오후 일정은 현지 날씨나 기분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일상에 리듬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쉼, 어떻게 실천할까?
번아웃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쉼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일이 없을 때 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중에도 쉼의 순간을 기획'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활동 중인 유튜버 겸 디지털 노마드는 일정에 매주 하루 '디지털 디톡스 데이'를 만든다고 한다. 이 날은 노트북도 스마트폰도 아예 꺼두고, 온전히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녀는 "이 시간이 있어야 다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요즘 디지털 노마드들 사이에서는 명상, 저널 쓰기, 산책 등의 루틴도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저널링은 정신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다. 미국의 노마드 작가는 매일 자기 전에 10분간 '오늘 내가 잘한 일 세 가지'를 적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렇게 소소하지만 꾸준한 실천이 결국 번아웃 예방의 핵심이 된다.
놀랍게도, 일부 노마드들은 '쉼을 위한 여행'을 따로 계획하기도 한다. 일하는 여행과 쉬는 여행을 분리하는 것이다. 실제로 발리, 포르투갈, 코스타리카 등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리트릿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공동체 속에서 일상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쉼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겉으로는 자유롭고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고유한 과제가 존재한다.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은 결국 ‘의도적인 쉼’에서 시작된다.
일과 쉼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루틴, 디지털 디톡스와 같은 적극적인 쉼의 실천, 그리고 심리적인 정리를 위한 활동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쉬는 것도 일의 일부’라는 인식 전환이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면서 지속 가능성을 원한다면, 결국 나만의 쉼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