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은 말 그대로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일과 여행을 동시에 즐기는 새로운 근무 방식이다. 단순히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는 게 아니라, 장소를 바꾸며 삶의 리듬까지 바꿔보는 경험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제주도에서 2주간 워케이션을 다녀온 체험을 중심으로, 준비 과정부터 현실적인 장단점, 그리고 느낀 점까지 솔직하게 정리했다.
제주 워케이션, 어떻게 준비했고 왜 선택했는가
제주도를 워케이션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이고, 공기 좋고 바다 보면서 일하고 싶었다. 서울에서의 일상은 어느새 ‘일 = 책상 앞’이라는 공식을 만들고 있었고, 뭔가 새로운 공간이 주는 자극이 필요했다.
준비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일단 숙소는 장기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를 먼저 알아봤다. 와이파이 속도, 책상 유무, 콘센트 위치까지 꼼꼼히 확인했고, 리뷰에 실제로 워케이션 이용자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선택했다. 나는 제주 구좌읍에 있는 ‘비자림 리트릿 게스트하우스’를 골랐다. 거기는 넓은 공용 라운지가 있고, 각 방마다 책상과 조명이 잘 갖춰져 있어 워케이션에 최적화된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준비물은 다음과 같았다. 노트북, 휴대용 마우스, 멀티탭, 이어폰, 간단한 아로마 오일(집중용), 그리고 작은 휴대용 모니터. 그리고 중요한 건 ‘업무 루틴’을 사전에 정리해두는 것이었다. 여행지에서는 자칫하면 업무 시간이 모호해지고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는 무조건 집중 업무, 오후 2시부터는 회의 또는 가벼운 작업, 저녁은 자유시간으로 정했다.
일하면서 여행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막상 제주에 도착하니 진짜 자유로웠다. 공기부터가 다르고, 아침에 눈뜨면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그런데 그 감성만으로는 절대 워케이션이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일’이다. 회사와의 약속은 그대로고, 실적도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감성에만 취하면 안 된다.
나의 워케이션은 규칙적인 루틴을 지키는 데서 성공했다고 본다. 오전에는 게스트하우스 공용 라운지에서 노트북을 펴고, 음악 대신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일했다. 빠른 와이파이 덕분에 화상 회의도 문제없었고, 업무 집중도는 오히려 서울보다 높았다. 재밌는 점은 함께 머무는 사람들 중에도 디지털 노마드들이 꽤 있었고, 자연스럽게 ‘워케이션 팁’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후에는 근처 바다 산책, 카페 탐방 등을 하며 가볍게 리프레시 시간을 가졌다. 놀랍게도 이렇게 틈을 주고 나니 저녁에 또 다른 집중력이 생겼다. 마치 뇌가 “이제 다시 일할 시간”이라고 신호를 주는 느낌이었다. 장소의 변화가 일상에 활력을 준다는 게 실감되었다.
워케이션의 장점, 단점,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
워케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이다. 일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나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특히 창의적인 일이 많은 직군일수록 공간이 주는 자극이 크다는 걸 느꼈다. 감정적으로도 훨씬 여유가 생기고, 번아웃도 훨씬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우선 비용 문제다. 숙박과 식비는 기본이고, 카페를 자주 이용하게 되면 생각보다 지출이 커진다. 또 하나, 업무 시간과 여행 시간을 정확히 나누지 않으면 자칫 일도 여행도 어정쩡하게 끝나기 쉽다. 나는 철저히 루틴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하러 간 건지, 놀러 간 건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회사에서 ‘리모트 근무’에 대해 얼마나 유연한가도 중요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라 일정 조율이 가능했지만, 회사원이라면 사전 조율과 상사의 이해가 필수이다. 실제로 제주에서 만난 어떤 직장인은 워케이션 도중에도 계속 보고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출해야 했고, 덕분에 여행은커녕 숙소 밖을 거의 못 나갔다고 한다.
워케이션,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면 최고의 리프레시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워케이션은 막연한 로망이나 유행처럼만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업무와 여행의 균형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리프레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이번 제주 워케이션이 단순한 ‘출근 장소 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루틴을 발견하고, 나다운 일과 삶의 방식을 다시 찾게 해준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해외 워케이션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이 글이 워케이션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